[시니어 이동권은 생존권] 홈리스·강도…노인들 걷기도 무섭다
치안이 불안해진 LA 한인타운 길거리는 한인 시니어들의 이동권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타운 내 각종 범죄가 늘고 시니어들의 피해도 잇따르면서 짧은 거리라도 걷는데 두려움을 느껴 차를 이용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매주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한다는 엄지영(68)씨는 “버스가 안 와서 걸어갈 때면 홈리스들이 돈 달라며 따라올 때도 많은 데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특히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길거리를 다니면 가슴이 뛰고 무슨 일이 생길까 너무 무섭다”며 “요즘 시니어들이 모이면 다 나랑 같은 생각이다. 정말 한인타운 내 순찰 경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LA한인타운을 포함한 올림픽경찰서 관할지역 내 범죄 사건을 발생 장소별로 분류한 결과, 길거리(street)에서 1683건이 발생해 최다를 기록했다. 올림픽 경찰서 올해 전체 범죄 6893건 중 24%를 차지했다. 그 외 야외 공공장소로는 인도(sidewalk)에서 422건, 버스 및 지하철 등 메트로 대중교통 관련 125건, 버스 정류장 21건이 각각 발생했다. 특히 한인타운 등 올림픽 경찰서 관할지 내 길거리에서 발생한 범죄 중 총기 등 ‘살상 무기에 의한 폭행’이 129건을 기록했고 ‘폭행 혹은 구타’도 102건에 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92건의 ‘강도’ 사건이 발생했으며 ‘강도 미수’는 17건이었다. 또 피해액 950달러 초과 ‘대형 절도’는 13건, 950달러 이하 ‘소액 절도’는 9건이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달 9일 11가와 카탈리나 스트리트에서 64세 한인 여성이 권총 강도에 소지품을 강탈당했다. 용의자는 차를 타고 이 여성에게 접근해 총으로 위협하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올해 초 1월에는 4가와 세라노 애비뉴에서 대낮에 62세 한인 남성이 강도에게 구타를 당한 뒤 금품을 뺏기는 사건도 있었다. 더불어 팬데믹 이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까지 늘면서 밖을 나서거나 공공장소에 가는 것에 불안을 호소하는 시니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이런 이유로 심지어 병원을 찾는 발길 마저 끊는 시니어가 생겨날 정도라고 최근 전했다. 지난해 길거리에서 인종차별적 발언과 함께 구타를 당한 바 있는 증오범죄 피해자 한인 제니 김(75)씨는 그 이후로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능하면 집 밖에 안 나가고 외출했다가도 해지기 전에 들어온다”며 “가까운 마켓에 갈 때도 무조건 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시니어들의 경우 현금을 소지한 경우가 많고 신체적으로 약해 강도나 절도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고 전했다. 올림픽 경찰서 폭행과의 정 김 수사관은 “조현병을 앓는 홈리스 등은 건강한 남성보다는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여자나 노인들을 주로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며 “되도록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다니고 주위를 살피며 고가품을 착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시니어 이동권은 생존권] 홈리스·강도…노인들 걷기도 무섭다 매일 노인 400명 타는 벨택시 중단 위기 시니어 지원 교통서비스…‘집앞까지 오는 버스’가 대안 땡볕, 정류장 22곳중 그늘막 3곳뿐 장수아 기자어르신 이동권 la한인타운 길거리 어르신 이동권 한인타운 시니어